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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의 면역력 증진 효과는 일찍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모유는 젖을 먹는 영아의 면역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수유하는 엄마의 체중 조절과 유방암 예방 등 여러 가지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적어도 2년 정도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도록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소아과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통한 연구에서 모유가 어떻게 심각한 장 질환인 괴사성 전장염(全腸炎)이 번지는 것을 막는가를 밝혀냈다. 괴사성 전장염은 조산아의 12%가 앓고 있고, 그 중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목숨을 잃는 치명적 질병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모유의 이 같은 효과가 확인되면 조산아들이 괴사성 전장염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이 병이 진행되고 있는 환아들의 치료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점막 면역학’(Mucosal Immunology) 4월 22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의 모유에서 발견되는 상피성장인자(EGF)가 괴사성 전장염(NEC)을 일으키는 위험한 면역 캐스케이드의 발현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활성화를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NEC는 장 조직이 급격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괴사하는 것이 특징이며, 치료 조건을 맞추기가 가장 까다로운 질환 중 하나다.
“괴사성 전장염의 미스터리 풀 수 있는 고리 발견”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해컴(David Hackam) 존스홉킨스 소아병원 외과주임은 “우리는 모유가 조산아의 장 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로 괴사성 전장염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의 하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괴사성 전장염은 특히 이에 대처할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질환이다. 현재의 치료법은 괴사가 진행 중인 어린이의 장 일부를 떼어내는 외과적 수술 한가지만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치료는 괴사를 멈추게 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는 있으나 남아있는 장의 길이가 짧아 단장증후군(短腸症候群) 같은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단장증후군이 있으면 장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평생 동안 영양공급을 따로 받아야 한다. 연구진은 괴사성 전장염 치료의 핵심 요소로 EGF가 등장, 새로운 치료 목표가 설정됨으로써 극단적인 수술은 배제되거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새로운 연구 결과는 해컴 연구팀의 선행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TLR4(toll-like receptor 4)라는 단백질이 괴사성 전장염과 같은 장 질환의 핵심 선동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 TLR4는 박테리아에 대한 인체의 면역반응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조숙아의 장에서는 세포 분화와 장의 성장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 원래 모든 신생아의 장은 태어나면서 바로 각종 박테리아의 서식지가 되는데 이것은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조산아의 장내에서 미숙한 TLR4 단백질은 망나니가 되어 장에 대한 산소 공급을 끊어버리고 괴사성 전장염과 같은 세포 괴사를 일으킨다.
모유로 전처리한 장 세포에서 TLR4 발현 둔화
이번 연구에서 조사팀은 먼저 TLR4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박테리아에 미성숙한 장 세포를 노출시켰다. 이 TLR4 단백질은 괴사성 전장염을 유도하는 파괴적인 종류다. 그러자 TLR4는 모유로 전처리한 장 세포에서는 발현이 크게 둔화되었다. 그러나 가열한 모유로 처리하자 방어효과는 사라지고 열 감지 단백질이 작동했다.
이런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EGF는 모유에 많이 존재할 뿐더러 여러 인체 조직에서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연구대상 후보 중 상위에 올라 있다. 이번 연구에서 유전공학적으로 EGF 수용체를 제거한 장 세포들은 모유를 투여했어도 사멸함으로써 EGF의 효과를 입증했다. 또 EGF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모유에서 EGF 성분을 제거하자 모유는 장 세포 보호기능을 상실했다. 반대로 모유에 EGF를 다시 채워 넣자 TLR4의 발현을 막고 세포 사멸을 방지하는 능력을 회복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실험용 조산 쥐들에게 각각 모유와 소금물을 준 다음 TLR4를 활성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세포 성장을 막고 장 세포를 죽게 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고안된 박테리아를 주입했다. 그 결과 모유를 먹인 쥐들은 장 안의 TLR4 수치와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화학물질의 수치가 소금물을 먹인 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모유로 전처리한 실험용 쥐들 또한 장 세포의 사멸이 소금물을 먹인 쥐들보다 훨씬 적었다. 이와 함께 모유를 먹은 실험 쥐의 장 세포는 계속 왕성하게 성장했다.
모유 먹으면 기존 괴사성 전장염 증상도 완화돼
연구진은 모유의 이런 방어능력이 EGF에 기인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산 쥐들에게 EGF에 대한 세포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을 투여했다. 그러자 EGF 차단제가 작동하는 쥐들은 모유를 주었어도 NEC가 발생했고, EGF를 빼낸 모유를 먹은 정상적인 쥐들이나, 장 세포에서 EGF 수용체를 제거한 쥐들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모유를 먹으면 기존에 앓고 있던 NEC 증상이 줄어드는지의 여부를 확인했다. 쥐들에게 병을 일으킨 후 모유를 주자 상태의 심각한 정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장 세포 사멸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저자인 미스티 굿(Misty Good) 피츠버그대 신생아전문의는 “우리 연구를 종합해 보면 모유에 들어있는 EGF는 두 가지 방법으로 NEC의 발병을 막아내는데, 첫째는 장 세포를 죽지 않게 보호하고 그와 동시에 손상된 장을 치유할 수 있게 장 세포의 성장을 회복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는 조산아들이 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괴사성 전장염을 막는 모유 성분을 발견함으로써 미국에서 해마다 위험에 노출돼 태어나는 50만 명에 가까운 조산아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출처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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